[단독]국정원, 첫 산하기관 생기나…'국가안보기술연구원' 설립 추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국가안보 기술 연구·개발(R&D)을 맡을 산하기관 설립을 위한 입법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로 산하기관을 공식화하는 것은 국정원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17일 정보보호업계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사이버안보 등 국가안보 기술을 개발하는 산하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관명을 '국가안보기술연구원'(가칭)으로 정하고 입법 절차를 준비 중이다.

국가안보 기술 개발과 관련한 보안성을 강화하고 적시에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체계적 관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력한 안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기관인 국가보안기술연구소(국보연)를 국정원 산하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이다.

국보연은 사이버안보 위협에 대비한 국가 정보보호 분야에 특화된 연구기관이다. 국정원이 산파 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형식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있다.

또 신규 기관 설립에 드는 예산과 연구 분야 중복성 등 문제를 고려할 때 기존의 인력·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국보연 이관이 설득력이 높다는 관측이다.

국정원은 '몸값'이 높은 연구원 처우 보장을 위한 신분 문제, 민간과 협력 약화, 연구 경직성 심화 등 국보연 이관 시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재 국가안보 기술의 적시 확보를 위해 국가안보기술연구원 설립을 위한 입법 절차상 유관 부처 의견 조회가 진행 중”이라며 “아직 법률안에 대한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처 간 협의 이후 입법예고를 통해 법안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측은 25개 과학기술 출연연을 총괄하는 NST 중심 체계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과학기술 출연연 간 협력 연구 등 공동 운영체계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앞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출연연인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을 우주청 산하기관으로 이관하는 안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협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